결 이야기

모든 존재에는 결이 있습니다. 나무에도, 돌에도, 물에도 머리카락에도 결이 있습니다. 인간에도 물론 결이 있습니다. 인간에게는 (물리학적) 몸의 결, (생물학적) 영혼의 결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이성의 결도 있습니다. 이성의 결이 바로 인간의 문화적 존재를 만드는 원리이고 구조입니다. 결을 한자어로 이치(理致)라고 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프로이트는 이러한 결의 원리를 '깨진 수정체'(broken crystal)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견고해 빈 틈이 없어 보이는 수정체도 균열이 있을 수 있지요. 수정체가 균열될 때 아무렇게나 쪼개지지 않습니다. 수정체를 구성하고 있는 결을 따라 쪼개지지요. 이처럼 결은 그 구성체를 이루고 있는 구조입니다. 견고한 수정체를 보면 그 구조를 알아낼 수가 없지요. 하지만 균열이 생긴 수정체를 보면, 비로소 결이 보이고 구조가 드러나게 됩니다. 프로이트의 임상학이 의미하는 바가 바로 이 부분이죠. 프로이트는 임상학을 치료의 목적이라기보다 이해의 목적, 즉 과학의 수단으로 삼았습니다. 과거 고대 그리스인들도 그러한 원리는 늘 생각하고 있었죠. "Everything is in everything but each in its own order" 이처럼,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것을 움직이게 하는 모든 존재의 고유 구조를 찾아 나가는 것이 학문입니다. 인문학은 따라서 보이지 않지만 인간을 움직이는 고유의 구조를 찾아가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말로 인문학이란 인간의 결을 발견하는 학문입니다. 그 결은 하나가 아니고 다수일 것입니다. 그 결들, 인간의 결들을 찾아 나서는 학문, 이것이 인문학이죠.